정부출연연구기관 5곳이 기관장 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비방과 투서 등으로 대덕특구가 얼룩지고 있다.
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 5곳이 기관장 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이전투구 식 내부고발이 극성이다.
6일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등에 따르면,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, 한국한의학연구원, 한국지질자원연구원, 한국기계연구원,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기관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데 벌어지는 암투가 점입가경이다.
"원장이 상습적으로 룸살롱 출입"
심지어 모 기관장이 매달 정기적으로 룸살롱을 드나들며 여종업원과 속칭 ‘2차’(성매매)를 즐겨왔다는 녹취까지 등장했다. 녹취는 룸살롱 2곳의 여종업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. 녹음된 내용에 따르면, 이 기관장은 술집 여종업원과 애인관계처럼 지내기도 하고 공관으로 데리고 가기도 했다. 룸살롱에 갈 때는 부하직원이나 관계자 등을 동석시켜 현금이나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술값과 ‘2차’ 비용을 대납시켰다는 내용도 들어있다.
녹취록이 얘기하는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, 이 출연연에서 기관장의 이러한 추문은 ‘공공연한 비밀’이라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. 한 직원은 “안내, 청소용역, 비정규직 등과 회식을 하면서 노래방 등에서 블루스를 추는 등 스킨십을 즐겼다”고 했다.
도 넘은 상대후보 흠집내기
이런 식의 내부고발이나 투서는 기관장 공모를 앞두고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. 현 기관장의 연임을 막거나 유력 후보의 응모를 막으려는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. 매번 반복되는 과학계의 고질병이란 게 문제다.
기자에게 녹음내용을 들려 준 위 출연연의 관계자는 “현 원장도 전임 원장을 고발하는 투서를 보냈었다. 익명으로 보내면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아 실명으로 투서를 보냈는데 그 정보가 전임 원장에게 유출돼 둘 사이가 원한관계가 됐다”고 했다. 이번에는 현 원장이 내부고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.
위 기관에서는 내부고발이 투서로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지만, 한국기계연구원은 투서로 인해 국무총리실 특별감찰을 받았다. 총리실 특감반은 주요 보직자들의 통장 입출내역을 비롯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 예산집행 회계서류를 집중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.
사정이 이렇다보니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 5일 "인사 대상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투서를 점검하고 적발된 사항을 엄중 조치하겠다"고까지 했다.
권력층 줄 대기 만연
고발, 투서 등과 함께 기관장으로 낙점받기 위한 권력층 줄 대기도 만연하다는 지적이다.
한 출연연의 기관장은 정부 고위층, 청와대 특정인 등과의 인맥관계를 흘리며 연임을 자신하고 있다. 기관장을 선임하는 해당 연구회 이사장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해 줄 추천위원도 확보했다. 과기정보연, 한의학연은 기초기술연구회, 지질연, 기계연, 화학연은 산업기술연구회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출연연의 기관장을 선임한다.
한 출연연 관계자는 “원장이 유력 후보를 3배수에 들지 못하도록 본부장들에게 기관장 공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”며 “소위 ‘들러리’를 서라는 건 데 이 때문에 일부 본부장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”고 했다. 그는 “출연연 기관장 공모가 대개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”고도 했다. |
